요즘 시니어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이 들수록 더 편해졌다’는 말보다 ‘왜 이렇게 서로 귀찮아졌을까’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립니다.
나이가 들면 사회생활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자녀들은 다 컸고, 손주들도 어느 정도 자라 예전처럼 돌볼 일도 많지 않습니다. 하루가 한가해지는 만큼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오히려 길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부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 집 영감은 요즘 왜 저렇게 고집이 세졌는지 모르겠다.”
“우리 마누라는 이제 나하고 어디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한다.”
웃으며 시작한 이야기가 어느새 각 집의 속사정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저도 주변 시니어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집집마다 사정은 달라도 비슷한 고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니어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싸움의 시작은 대단한 일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밥을 왜 이렇게 많이 퍼줬어.”
“건강 생각해서 맥주 좀 줄이라고 했더니 화를 내더라.”
“많이 먹지 말라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잔소리한다고 싸움이 났다.”

듣고 있으면 ‘그게 싸울 일인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일이 매일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음식을 챙기는 사람은 건강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은 간섭이나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제 나이도 들었는데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느냐”는 답답함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결국 밥 한 그릇, 맥주 한 잔이 문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쌓여온 생활습관과 서로의 기대가 부딪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집은 너무 사소한 말다툼이 커져 감정적인 말까지 오갔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당사자들도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만큼 노후 부부 사이에는 작은 갈등이 쉽게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자녀들은 자기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생활로 바빠집니다. 손주들도 자라고, 형제나 친구들도 예전처럼 자주 만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가장 가까이 남는 사람은 배우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아플 때 물 한 잔 건네줄 사람, 병원에 같이 가줄 사람, 밥을 함께 먹을 사람,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사람. 젊을 때보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옆에 있는 한 사람이 더 소중해집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서로의 생활습관은 굳어지고, 체력은 떨어지고, 고집도 생깁니다. 한쪽은 관심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 다른 쪽에는 잔소리가 되고, 한쪽은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데 다른 쪽은 “나도 이제 힘들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데, 때로는 그 사람이 가장 힘든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

답글 남기기